2019년 7월 9일 화요일

신일본 G1 클라이맥스 28 2일차 (2018/7/15) 직관 후기

1. 시합 예매를 하기까지


일전에 G1 예매 관련 질문글을 한번 올렸다가 이후 당초 예정했던 표 예매에 실패했다는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끝내 일정을 바꿔서 2일차인 7월 15일 흥행을 예매하였습니다.


관련하여 앞으로도 신일본 예매 관련 관심있으신 분들이 꼭 참고하셨으면 하는 점은 예매 자체도 엄청 빠르게 이루어질 뿐더러, 보다 결정적으로는 로손 등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결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마스터카드로 그간 일본을 비롯한 각국에서 해외 직구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유독  로손에서는 결제가 되질 않아 끝내 몇 만원 웃돈을 주고 결제 대행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 꼭 예매 이전에 미리 카드 등록 등을 시험해보시기 바랍니다.



2. 시합 시작 전


시합 장소는 오오타 구 구립 체육관이었습니다. 도쿄 남쪽?에 소재하고 있으므로 하네다 공항을 이용하실 경우 바로 근처에 있기에 접근하시는데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 숙소비 총액 합계보다도 비싼 돈을 주고 구한 입장권 ....



날씨가 무지 더웠습니다만, 여차저차 들어가니 경기장이 시원하더군요. 대략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정도 전쯤에 입장하여 상품 구매 등을 구경하고 이리저리 시간을 보냈습니다.


상품 판매 이외 경기 전 행사로는 타구치 저팬 촬영회 및 롯폰기 3k/쥬스 로빈슨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둘다 모종의 사전 예약? 상품 판매? 등이 필요했기에 참가는 못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타구치 류스케가 생각보다 훨씬 몸집이 큰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다른 한편 회장 곳곳에서 화면에서만 보던 영 라이온 선수들이 계속 이것저것 일 때문인지 관객들 틈에서 돌아다니던게 보여 이색적이었습니다.


관객들 층은 남녀노소 정말 다행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시이 티를 입은 아주머니, 잭 세이버 주니어 티를 입은 남학생이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역시 절대 다수는 로스 인고베르나블레스 데 하폰 굿즈를 착용한 것을 보고 새삼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경기 시작 약 20분 전부터 거의 부동 자세로 경기장을 지키는게 인상적이었던 우에무라 유야와 츠지 요타



그리고 이윽고 관객석이 빼곡히 차고, 암전이 되면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신일본 공식 인트로 테마인 The Score에 맞춰 모두 박수를 치기 시작하며 흥행이 시작했습니다 ... !


3. 흥행 감상


제 1시합: 행맨 페이지, 체이스 오웬스 vs 마이클 엘긴, 우미노 쇼타

신일본 본대 쪽으로 거의 응원이 일방적인 시합이었습니다. 우미노의 근성 연출이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엘긴은 여러 사건으로 인해 호감을 갖기는 힘들어 혼자 꿋꿋이 "Let's go Adam!"을 외쳤습니다 ...


제2시합: 요시하시, SHO vs EVIL, BUSHI

의외로 요시하시가 호응을 받아서 놀랐고, 다른 한편 실제로 보니 SHO와 요시하시 간에 확연히 체구차가 나서 놀랐습니다. 근래 좋아하는 SHO가 탭아웃으로 져서 아쉬웠습니다만, 무난하게 좋은 시합이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무사 형을 응원합시다 ... ?



제3시합: 스즈키 미노루 & 엘 데스페라도 VS 마카베 토우기 & 토아 헤나레

스즈키군은 역시나 인기가 좋더군요. 제 옆자리 부부 팬도 "카제 니 나레!" 시점에 같이 스즈키군 깃발을 펼치셨습니다. 다만 경기 중에는 시종 일관 본대 쪽으로 응원이 집중되었습니다. 헤나레 챈트가 많이 나오더군요. 마카베도 역시 현지에서 인기가 많구나 싶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스즈키의 전매특허인 빠르게 돌아서 슬리퍼 홀드가 나오질 않았던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장외 격투 후 TV에선 안 잡히는 시점에서 마카베가 관객들을 안심시키는 것을 보고 재밌었습니다.





제4시합: 배드 럭 파레 & 탕가 로아 VS 오카다 카즈치카 & 게도







과연 IWGP를 잃은 레인메이커는 어디로 흘러가는걸까요 .... 방송에서 잘 잡혔는지는 모르겠는데 묘하게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로 입장하고는 경기 중에는 "스쿠비두비두~"하면서 다이빙 크로스바디를 하는 등 수상쩍은 모습을 한 오카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뒤 뒤늦게 탕가 로아가 "뭐가 스쿠비두비두냐 이 멍청아!" 하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의외로 경기장에서 이렇게 선수들이 경기 중에 하는 말 하나하나가 잘 들리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제5시합: 제이 화이트 & YOH VS 타나하시 히로시 & 데이비드 핀레이




The ACE의 엔트런스를 보며 챈트를 한 것으로 소원성취 하나 완료했음.



스토리 상으로 재밌는 시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이 화이트는 벨트를 잃은 후에 도리어 좋은 힐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흥행 중에 거의 유일하게 야유를 독점한 선수였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YOH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뭐 입장 시점부터 챈트를 불러모은 타나하시야 말할 것도 없겠죠.




제6시합 (G1 1차전): 야노 토오루 VS 이시이 토모히로


거의 일방적으로 야노 응원이 나와서 재밌었습니다. 경기 전 복선부터 마지막 반전까지, 흠 잡을데가 없는 완결성이 좋은 매치였습니다. 고민 끝에 이시이 티셔츠는 끝내 사질 않았는데 후회가 좀 남네요 ㅠㅠ



제7시합 (G1 2차전): 타마 통가 VS 쥬스 로빈슨

양쪽 다 외국인 선수여서 그런지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관객들이 상당히 조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쥬스가 좋은 연출로 점점 호응을 불러모으고, 타마 통가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타마 통가가 "You're getting away from me, huh?"라고 하면서 쥬스를 잘 도발했던 것 같은데 주변 관객들은 '뭐라는거지?'라고 했던 것 같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쥬스를 웅원하는 가운데 경기장 한 쪽에서 꿋꿋이 남정네 한 무리가 "타마~!"를 외쳐서 재밌었습니다.



제8시합 (G1 3차전): SANADA  VS 고토 히로오키



아이고 잘 생겼다.


고토 인기가 좋은걸 보고 새삼 놀랐습니다. 걸개도 여럿 걸려 있었구요. 제 옆옆자리 아주머니가 계속 "고토상~!"을 외치는 가운데 저는 꿋꿋이 사나다를 연호했습니다. 사나다의 운동 능력은 역시나 대단하더군요. 직관 빨인지는 몰라도 제가 지금까지 본 고토 경기 중에서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9시합 (G1 4차전): 잭 세이버 Jr. VS 이부시 코우타

엔트런스 때부터 일방적인 챈트가 나온 제2인. 제 옆자리 아저씨가 경기 내내 흥분하여 이부시를 응원한게 재밌었습니다. 잭 세이버가 신기한 서브미션을 할 때마다 "괴상허네"를 연발하고, 경기 도중 한번은 이부시의 오버헤드 킥인가를 잭이 피하자 강한 간사이 지방 사투리로 "그것도 못 받아내냐, 이 자슥아!"라고 외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아주 재밌는 시합이었습니다만, 아래 이야기할 이유 때문에라도 새삼 이런 시합은 꼭 직관이 아니라도 화면으로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시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10시합 G1 클라이맥스 B블럭 예선전 30분 한판 승부 나이토 테츠야 VS 케니 오메가

뭐 명시합이었습니다. 할 말이 없죠. 승부가 나자 옆자리 아저씨가 불쑥 저한테 악수를 청했더랍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조금만 전반부-중반부 범프를 줄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니가 장외 다이브를 한 스팟에서 옆자리 부부가 "지금 후두부 다친거 아냐?" 하면서 수근수근거리는걸 보고 저도 좀 조마조마했습니다.



케니도 응원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나이토 응원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옆옆자리 아주머니도 계속 "텟쨩, 힘내!"라고 외치다가 결국 시무룩해지셨죠. 개인적으로는 케니가 경기후 일본어로 프로모하는걸 보고 '영어로 했다간 야유가 나왔을지도 모르겠군'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4. 흥행 후

흥행이 끝나고 정리하고 나오니 사람들이 다들 한 쪽에 진을 치고 있더군요. 뭔가 싶었는데 선수들이 버스를 타는걸 마중하는 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쥬스 로빈슨 등이 나오는걸 보고 잠시 있다가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길을 걷다가 한 쪽에서 신일본 월드 영어 해설자 던 칼리스가 택시를 타려던걸 발견했습니다! 일본 팬들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더군요 .... 얼른 달려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대충 짧게 이런 대화를 나눈 것 같아요.

나: 헉 던 칼리스 님.
던 칼리스: 오, 안녕!
나: 헐, 저 한국 팬이에요. 님 해설 항상 잘 듣고 있고 항상 감사합니다!
던 칼리스: 오, 고마워, 브로. (피스트 범프 함) 너 도쿄에 사는거야?
나: 아녀. 저 여행으로 온거에여. 님 보러 온거나 다름없음 ㅋㅋㅋ
던 칼리스: ㅋㅋ 고마워. 나중에 또 보자.
나: ㅇㅇㅇ

나름 마무리까지 이렇게 멋지게 제 첫 레슬링 직관을 마쳤습니다.



5. 총평


  • 나름 큰 맘 먹고 시도한 첫 레슬링 직관이었는데 120% 만족했습니다. 새삼 느낀건데 직관에서는 박력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링 포스트에 한번 부딪히는 것만해도 박력이 장난이 아니고, 슬램 등 바닥 펌브를 한번 취할 때마다 4000명 가까이가 들어가는 경기장 전체에 충격이 오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설이 없으면 집중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해설이 있었다면 방해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반면에 서브미션이 주가 되는 매치는 어쩌면 그런 면에서 직관의 효력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잭 세이버의 섬세한 기술 구사 등은 거리가 멀면 잘 안 보일테니까요.
  • 다른 단체는 몰라도 최소한 신일본의 경우 흥행의 초점은 직관 관객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에선 전혀 비치지 않을 곳에서 적절히 셀링을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시였습니다.
  • 신일본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 또다른 점은 새삼 느낀 관객들의 다양성이었습니다. 당장 옆자리 부부만 해도 오래 전부터 레슬링을 봐온 것 같은 아저씨가 최근 나이토 등을 보며 라이트 팬이 된 부인을 데려와서 여러 장면을 설명해주고 있었고, 관객들도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부터 시작하여 친구들끼리 온 10대 남학생들, 대충 여대생 쯤으로 보이는 팬들 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이렇게 팬을 다각화하는데 성공한 점은 분명 단체 경영에 긍정적인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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