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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0일 목요일

"Mark"와 "Smark"

북미 레슬링 팬덤의 은어 중 "Mark"가 있습니다. 대략 '스토리와 실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순진한 팬들'을 일컫는 비하 표현입니다. 동사 활용으로 "marking out"이 있습니다. ("헐. 나 타나하시 직접 보고서 mark out 했어!")

"Smark"는 "Smart mark"의 준말입니다. 요컨대 지들은 똑똑하다는 얘기입니다. 레슬링 캐릭터와 레슬러를 구분할줄 알고, 스토리와 백스테이지 상황을 구분할줄 알고, 케이페이브를 보다 '어른스러운' 관점에서 즐길 수 있다는거죠.


사실 두 용어 모두 본래는 멸칭이기는 합니다만, 맥락을 떠나서 위 두 명칭은 프로레슬링 팬들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두 면모 모두를 즐길 수 있는게 프로레슬링 팬으로서 즐거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 1월 5일 열린 레슬킹덤14 2일차는 충격적인 결말로 끝났습니다. 지난 몇 년간 팬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바로 그 순간이 그 직전에, 정말 바로 그 직전에 산산조각나고 말았습니다. 

도쿄돔 메인 이벤트의 승자인 나이토 테츠야는 결국 마지막 "로스 인고베르나블레스 데! 하! 폰!"을 끝내지 못한채 KENTA의 난입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영광스런 하나미치를 걸어나가지 못했습니다.


"아니 이런 XXX!"

먹먹한 심정으로 레슬킹덤을 시청하던 팬들 모두가 욱하면서 토해냈을 말입니다. 물론 그 대상은 그 빌어먹을 KENTA입니다.

하지만 우린 케이페이브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이건 모두 짜여진 대본대로 입니다. 그러면 욕을 먹어야할 사람은 퍼포머가 아닌 그 배후에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게도 개XX!"


하지만 우린 또 알고 있습니다. 이른바 '도쿄돔 데하폰!'이 이루어지는 순간 '로스 인고베르나블레스 데 하폰'은 더이상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을요. 이는 일찌기 케니 오메가가 WOR에서 넌지시 언급하기도 한 신일본 수뇌진의 평가이기도 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아, LIJ는 이걸로 2020년도 거뜬하겠구나. 신일본 수뇌진은 LIJ 머천다이즈가 2020년에도 잘 팔릴거라고 전망하는구나, 등등요.

이런 점에서 우리는 팬들이 바라는 바로 그 스토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 여전히 찜찜합니다.


"나는 나이토가 끝내 한을 푸는 모습을 보고 싶었단 말이야."


근데 이때 "나이토"가 누군가요? 도쿄 아다치 구에서 태어난 37세 나이토 테츠야 씨인가요? 아니면 "스타 더스트 지니어스"였으며 "제어불능의 카리스마"가 된 '나이토 테츠야'인가요?

저희는 비극으로 끝나는 영화의 주인공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 하지만 비극으로 끝나는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를 보며 안타까워하지는 않습니다. 


프로레슬링은 묘합니다. 저흰 나이토 테츠야 씨와 레슬러 '나이토 테츠야'가 다르다는걸 알지만, 신일본 팬클럽의 일원이었으며 무토 케이지 그리고 타나하시 히로시를 존경했던 소년 나이토가 자라난 바로 그 나이토 테츠야의 역사를 알고 있기에 그와 '나이토 테츠야'를 겹쳐봅니다. 그래서 안타까워하고, 분노합니다. 그리고 약이 올라서 나이토 테츠야의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따라갈 것입니다



케이페이브가 깨진 시점에서 프로레슬링은 뭘까요? 많은 이들이 그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그리고 실제로도 그 때문에 많은 팬들이 떠나가고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케이페이브를 알면서, 현실의 레슬러와 스토리의 '레슬러'를 알면서 그 사이를 넘나드는 덕분에 우리는 Mark와 Smark라는 두 면모를 왔다갔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프로레슬링이야말로 제공해줄 수 있는 바로 그런 예술적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추상적인 관점에서 레슬킹덤의 결말을 보고 느낀 저 자신의 감정을 차근히 분석해보는 것 또한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도락이었습니다 


그치만 분명히 이 글을 올리고 어느 순간 부지불식에 저는 다시 한번 되뇌일게 분명합니다


"아, XX. 히데오 이타미 XXX."

(2020/01/05)

2019년 7월 9일 화요일

신일본 G1 클라이맥스 28 2일차 (2018/7/15) 직관 후기

1. 시합 예매를 하기까지


일전에 G1 예매 관련 질문글을 한번 올렸다가 이후 당초 예정했던 표 예매에 실패했다는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끝내 일정을 바꿔서 2일차인 7월 15일 흥행을 예매하였습니다.


관련하여 앞으로도 신일본 예매 관련 관심있으신 분들이 꼭 참고하셨으면 하는 점은 예매 자체도 엄청 빠르게 이루어질 뿐더러, 보다 결정적으로는 로손 등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결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마스터카드로 그간 일본을 비롯한 각국에서 해외 직구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유독  로손에서는 결제가 되질 않아 끝내 몇 만원 웃돈을 주고 결제 대행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 꼭 예매 이전에 미리 카드 등록 등을 시험해보시기 바랍니다.



2. 시합 시작 전


시합 장소는 오오타 구 구립 체육관이었습니다. 도쿄 남쪽?에 소재하고 있으므로 하네다 공항을 이용하실 경우 바로 근처에 있기에 접근하시는데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 숙소비 총액 합계보다도 비싼 돈을 주고 구한 입장권 ....



날씨가 무지 더웠습니다만, 여차저차 들어가니 경기장이 시원하더군요. 대략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정도 전쯤에 입장하여 상품 구매 등을 구경하고 이리저리 시간을 보냈습니다.


상품 판매 이외 경기 전 행사로는 타구치 저팬 촬영회 및 롯폰기 3k/쥬스 로빈슨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둘다 모종의 사전 예약? 상품 판매? 등이 필요했기에 참가는 못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타구치 류스케가 생각보다 훨씬 몸집이 큰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다른 한편 회장 곳곳에서 화면에서만 보던 영 라이온 선수들이 계속 이것저것 일 때문인지 관객들 틈에서 돌아다니던게 보여 이색적이었습니다.


관객들 층은 남녀노소 정말 다행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시이 티를 입은 아주머니, 잭 세이버 주니어 티를 입은 남학생이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역시 절대 다수는 로스 인고베르나블레스 데 하폰 굿즈를 착용한 것을 보고 새삼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경기 시작 약 20분 전부터 거의 부동 자세로 경기장을 지키는게 인상적이었던 우에무라 유야와 츠지 요타



그리고 이윽고 관객석이 빼곡히 차고, 암전이 되면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신일본 공식 인트로 테마인 The Score에 맞춰 모두 박수를 치기 시작하며 흥행이 시작했습니다 ... !


3. 흥행 감상


제 1시합: 행맨 페이지, 체이스 오웬스 vs 마이클 엘긴, 우미노 쇼타

신일본 본대 쪽으로 거의 응원이 일방적인 시합이었습니다. 우미노의 근성 연출이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엘긴은 여러 사건으로 인해 호감을 갖기는 힘들어 혼자 꿋꿋이 "Let's go Adam!"을 외쳤습니다 ...


제2시합: 요시하시, SHO vs EVIL, BUSHI

의외로 요시하시가 호응을 받아서 놀랐고, 다른 한편 실제로 보니 SHO와 요시하시 간에 확연히 체구차가 나서 놀랐습니다. 근래 좋아하는 SHO가 탭아웃으로 져서 아쉬웠습니다만, 무난하게 좋은 시합이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무사 형을 응원합시다 ... ?



제3시합: 스즈키 미노루 & 엘 데스페라도 VS 마카베 토우기 & 토아 헤나레

스즈키군은 역시나 인기가 좋더군요. 제 옆자리 부부 팬도 "카제 니 나레!" 시점에 같이 스즈키군 깃발을 펼치셨습니다. 다만 경기 중에는 시종 일관 본대 쪽으로 응원이 집중되었습니다. 헤나레 챈트가 많이 나오더군요. 마카베도 역시 현지에서 인기가 많구나 싶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스즈키의 전매특허인 빠르게 돌아서 슬리퍼 홀드가 나오질 않았던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장외 격투 후 TV에선 안 잡히는 시점에서 마카베가 관객들을 안심시키는 것을 보고 재밌었습니다.





제4시합: 배드 럭 파레 & 탕가 로아 VS 오카다 카즈치카 & 게도







과연 IWGP를 잃은 레인메이커는 어디로 흘러가는걸까요 .... 방송에서 잘 잡혔는지는 모르겠는데 묘하게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로 입장하고는 경기 중에는 "스쿠비두비두~"하면서 다이빙 크로스바디를 하는 등 수상쩍은 모습을 한 오카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뒤 뒤늦게 탕가 로아가 "뭐가 스쿠비두비두냐 이 멍청아!" 하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의외로 경기장에서 이렇게 선수들이 경기 중에 하는 말 하나하나가 잘 들리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제5시합: 제이 화이트 & YOH VS 타나하시 히로시 & 데이비드 핀레이




The ACE의 엔트런스를 보며 챈트를 한 것으로 소원성취 하나 완료했음.



스토리 상으로 재밌는 시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이 화이트는 벨트를 잃은 후에 도리어 좋은 힐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흥행 중에 거의 유일하게 야유를 독점한 선수였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YOH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뭐 입장 시점부터 챈트를 불러모은 타나하시야 말할 것도 없겠죠.




제6시합 (G1 1차전): 야노 토오루 VS 이시이 토모히로


거의 일방적으로 야노 응원이 나와서 재밌었습니다. 경기 전 복선부터 마지막 반전까지, 흠 잡을데가 없는 완결성이 좋은 매치였습니다. 고민 끝에 이시이 티셔츠는 끝내 사질 않았는데 후회가 좀 남네요 ㅠㅠ



제7시합 (G1 2차전): 타마 통가 VS 쥬스 로빈슨

양쪽 다 외국인 선수여서 그런지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관객들이 상당히 조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쥬스가 좋은 연출로 점점 호응을 불러모으고, 타마 통가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타마 통가가 "You're getting away from me, huh?"라고 하면서 쥬스를 잘 도발했던 것 같은데 주변 관객들은 '뭐라는거지?'라고 했던 것 같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쥬스를 웅원하는 가운데 경기장 한 쪽에서 꿋꿋이 남정네 한 무리가 "타마~!"를 외쳐서 재밌었습니다.



제8시합 (G1 3차전): SANADA  VS 고토 히로오키



아이고 잘 생겼다.


고토 인기가 좋은걸 보고 새삼 놀랐습니다. 걸개도 여럿 걸려 있었구요. 제 옆옆자리 아주머니가 계속 "고토상~!"을 외치는 가운데 저는 꿋꿋이 사나다를 연호했습니다. 사나다의 운동 능력은 역시나 대단하더군요. 직관 빨인지는 몰라도 제가 지금까지 본 고토 경기 중에서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9시합 (G1 4차전): 잭 세이버 Jr. VS 이부시 코우타

엔트런스 때부터 일방적인 챈트가 나온 제2인. 제 옆자리 아저씨가 경기 내내 흥분하여 이부시를 응원한게 재밌었습니다. 잭 세이버가 신기한 서브미션을 할 때마다 "괴상허네"를 연발하고, 경기 도중 한번은 이부시의 오버헤드 킥인가를 잭이 피하자 강한 간사이 지방 사투리로 "그것도 못 받아내냐, 이 자슥아!"라고 외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아주 재밌는 시합이었습니다만, 아래 이야기할 이유 때문에라도 새삼 이런 시합은 꼭 직관이 아니라도 화면으로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시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10시합 G1 클라이맥스 B블럭 예선전 30분 한판 승부 나이토 테츠야 VS 케니 오메가

뭐 명시합이었습니다. 할 말이 없죠. 승부가 나자 옆자리 아저씨가 불쑥 저한테 악수를 청했더랍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조금만 전반부-중반부 범프를 줄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니가 장외 다이브를 한 스팟에서 옆자리 부부가 "지금 후두부 다친거 아냐?" 하면서 수근수근거리는걸 보고 저도 좀 조마조마했습니다.



케니도 응원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나이토 응원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옆옆자리 아주머니도 계속 "텟쨩, 힘내!"라고 외치다가 결국 시무룩해지셨죠. 개인적으로는 케니가 경기후 일본어로 프로모하는걸 보고 '영어로 했다간 야유가 나왔을지도 모르겠군'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4. 흥행 후

흥행이 끝나고 정리하고 나오니 사람들이 다들 한 쪽에 진을 치고 있더군요. 뭔가 싶었는데 선수들이 버스를 타는걸 마중하는 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쥬스 로빈슨 등이 나오는걸 보고 잠시 있다가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길을 걷다가 한 쪽에서 신일본 월드 영어 해설자 던 칼리스가 택시를 타려던걸 발견했습니다! 일본 팬들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더군요 .... 얼른 달려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대충 짧게 이런 대화를 나눈 것 같아요.

나: 헉 던 칼리스 님.
던 칼리스: 오, 안녕!
나: 헐, 저 한국 팬이에요. 님 해설 항상 잘 듣고 있고 항상 감사합니다!
던 칼리스: 오, 고마워, 브로. (피스트 범프 함) 너 도쿄에 사는거야?
나: 아녀. 저 여행으로 온거에여. 님 보러 온거나 다름없음 ㅋㅋㅋ
던 칼리스: ㅋㅋ 고마워. 나중에 또 보자.
나: ㅇㅇㅇ

나름 마무리까지 이렇게 멋지게 제 첫 레슬링 직관을 마쳤습니다.



5. 총평


  • 나름 큰 맘 먹고 시도한 첫 레슬링 직관이었는데 120% 만족했습니다. 새삼 느낀건데 직관에서는 박력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링 포스트에 한번 부딪히는 것만해도 박력이 장난이 아니고, 슬램 등 바닥 펌브를 한번 취할 때마다 4000명 가까이가 들어가는 경기장 전체에 충격이 오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설이 없으면 집중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해설이 있었다면 방해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반면에 서브미션이 주가 되는 매치는 어쩌면 그런 면에서 직관의 효력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잭 세이버의 섬세한 기술 구사 등은 거리가 멀면 잘 안 보일테니까요.
  • 다른 단체는 몰라도 최소한 신일본의 경우 흥행의 초점은 직관 관객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에선 전혀 비치지 않을 곳에서 적절히 셀링을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시였습니다.
  • 신일본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 또다른 점은 새삼 느낀 관객들의 다양성이었습니다. 당장 옆자리 부부만 해도 오래 전부터 레슬링을 봐온 것 같은 아저씨가 최근 나이토 등을 보며 라이트 팬이 된 부인을 데려와서 여러 장면을 설명해주고 있었고, 관객들도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부터 시작하여 친구들끼리 온 10대 남학생들, 대충 여대생 쯤으로 보이는 팬들 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이렇게 팬을 다각화하는데 성공한 점은 분명 단체 경영에 긍정적인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9/07/19)

2019년 6월 22일 토요일

요시 타츠와 신스케 나카무라를 보며

잘 알려진 바처럼 나카무라 신스케와 훗날 "요시 타츠"로 이름을 알린 야마모토 나오후미는 신일본 프로레슬링 입단 동기입니다.


하지만 당시 격투기 붐에 함몰되어있던 신일본 운영 측에선 격투기 경험이 있던 나카무라 신스케에게 "슈퍼 루키", "선택받은 신의 아이" 같은 이름을 붙이며 푸쉬를 몰아주기로 결정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으레 신일본 신인 선수들이 거쳐야만 하는 "영 라이온" 단계를 거의 거치지 않고 바로 싱글 레슬러로 뛸 정도였다고 하죠.


그리고 급기야 이런 푸쉬는 2003년 나카무라 신스케가 23세의 나이로 최연소 IWGP 헤비급 챔피언에 오르는 것으로 정점에 달합니다.


해당 경기를 보면 경기 입장 및 이후 타이틀 수여식, 퇴장 장면 등에서 줄곧 나카무라가 단체 최고의 벨트를 따는 동안 입단 동기인 타구치 류스케, 고토 히로오키, 그리고 야마모토 나오후미는 링 주변에서 잡일을 하고 수발을 들고 있습니다. 야마모토 나오후미는 나카무라 신스케의 벨트를 매주고 나카무라를 무등에 태운채 고릴라 포지션으로 돌아갈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글에 따르면 야마모토가 도미하여 WWE 트라이아웃을 받게 된 큰 계기 중 하나는 신일본에서라면 영영 타나하시나 나카무라에게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야마모토는 성공적으로 WWE에 입단하여 "요시 타츠"라는 이름으로 데뷔하는데 성공합니다 ...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그 커리어는 그렇게 화려한 것은 되지 못했고, 이후 신일본 프로레슬링에 "요시 타츠"라는 이름으로 귀환하고 나서도  그리 성공적인 행보를 거두지는 못했구요.


반면 일찌감치 야마모토를 앞서 갔던 나카무라 신스케는 이제 "신스케 나카무라"로 WWE에 건너가 극히 성공적인 행보를 거두고 있습니다. 자그마치 레슬매니아에서 단체 메인급 타이틀 매치를 앞두고 있네요. (일본인 레슬러 중 굳이 비슷한거라도 비벼보려면 젊은 시절 NWA, WWWF, WWA 등 미국 메이저 단체의 챔피언 들이었던 루 테즈, 브루노 삼마르티노, 프레드 블래시에게 동시에 도전한 바 있던 자이언트 바바, AWA 챔피언을 지냈던 점보 츠루타 정도 밖에 없겠네요.)  결국 야마모토는 끊임없이 상상하기만 했을 그런 위치에 나카무라는 이미 훌쩍 도달해 있습니다.

신일본에서도 방출되다시피 한 요시타츠는 최근 전일본 프로레슬링에서 준수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요시타츠가 신스케 나카무라의 활약과 관련한 인터뷰를 했나 봅니다.



-- CC개막과 동시에 바다 건너의 WWE의 연간최대 이벤트인 레슬매니아가 개최됩니다. 지금은 나카무라 신스케 선수가 WWE 챔프에 도전하면서 주목받고 있죠. 나카무라 선수라고 한다면 요시타츠 선수와 신일본 입문 동기죠? 

제가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서 딱히 의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이 타이밍에 챔피언전에 임하고 있구나라는 건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있을 때의 일본인 선수에 대한 취급과도 다른고 어떤 의미로 제가 WWE에서 일본인이 싸우기 위한 길을 만들었다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험대였다고 할까요. 이것은 예전 WWE의 일본 사무실에서 활동하는 방식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오시타츠씨가 해왔었기 때문에 지금의 그의 포지션이 있다."라고 말했었고 그 점에서는 자랑스럽습니다. 그것이 제가 있던 시기와는 말과 인종의 벽, 일본인을 보는 시각도 바뀌었죠. 저는 그것들과 싸우고 있었으니까요.

-- WWE 소속 선수로서 '레슬매니아'는 어떤 위치를 갖고 있습니까?

모두가 나가고 싶어하는 대회입니다. 어떤 의미로 저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죠. '레슬매니아(2010년)'에 출장해서 배틀로얄에 나가서 딱 승자로서 돌아오는 입장로를 걷고 있었으니까요. 그 장면은 장관이었습니다.

-- 요시타츠 선수가 보기에 지금의 WWE는 어떻습니까? 

제가 있을 때와는 다른 단체죠.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저희들의 시대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고 어떤 선수가 톱에 오를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에서 이름을 날리면 WWE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죠. 잘 들어주고 있습니다. "어떻게하면 WWE에 들어갈 수 있는가."라고. 지금은 대단히 명확하고 일본에서 활약하면 좋다고. 특히 지금은 WWE도 일본인 선수를 좀 더 원하고 있으니까 도전하려는 선수는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손가락을 물리기만해도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요시타츠 선수는 한번 더 도전할 기분이 있습니까?

저는 이제 됐습니다. 배가 부릅니다. 시디 신 맛이었습니다(웃음). 7년간 있었죠. 배부릅니다. 다만 물론 투모로우-네버-노우즈(tomorrow never knows)죠(웃음).



(출처 링크: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we&no=1348904)



인터뷰를 읽다보면 묘한 뉘앙스를 느끼게 됩니다. 어떤 뉘앙스를 느끼실지는 보는 분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뉘앙스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전 요시타츠에게 못내 눈길이 한번 더 가게 됩니다. 우리네 인생이 신스케 나카무라보다는 요시타츠에 가까운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으니까요.


(원문: 2018/03/24, 2019/06/22 수정)

타나하시 히로시가 말하는 "스트롱 스타일의 저주" (중역)

이하 글은 <타나하시 히로시는 왜 신일본 프로레슬링을 바꿀 수 있었는가?>의 일부 부분을 어떤 미국의 블로거가 영어로 번역한 것을 재차 한국어로 중역한 것입니다.

http://yottsumepuroresu.blogspot.kr/2014/05/njpw-hiroshi-tanahashi-talks-about.html

비슷한 내용을 전에 공국진 님의 블로그에서도 본 것 같기도 합니다만, 타나하시의 글로 직접 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심심풀이 겸 번역해봤습니다. 아무쪼록 무릎 부상이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반-스트롱 스타일

난 줄곧 "프로레슬링은 관객을 가려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멕시코에서 루차 리브레를 경험하며 배운 것이다. 루차리브레를 즐기는건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복면을 쓴 레슬러들이 하늘 높이 날 때면, 흥분한 아주머니는 루도(악역)을 욕하고, 아이들은 경기의 클라이맥스가 다가올수록 경기장을 뛰어다니며 눈을 반짝이며 환호한다.

"프로레슬링은 대중 엔터테인먼트다. 이거야말로 레슬링은 본래 광경이다."

우린 고집센 늙은이가 운영하는 식당 같은게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우리 상품을 고객들 앞에 들이 밀고서는 "이게 우리가 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감사하도록 해!"라고 떠들어서는 안된다. 모든 이들이 즐거울 수 있게끔 해야한다. 하지만 일본으로 귀국했을 때 내가 본건 모두들 예전이랑 똑같이 "우린 스트롱 스타일로 간다!"고 되뇌이는 광경이었다. 누구 한 명은 피를 토할 때까지 얼굴을 때리고 발로 차고, 또 그게 링 너머까지 이어져서 타이틀 매치도 그렇게 헝클어지는 광경. 그렇게 관객들은 우울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품고 경기장을 두고보니, 나는 한때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어린이와 여성 팬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게 바로 내가 처음으로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바로 스트롱 스타일을 없애기로 한 것인 까닭이다. 감히 말하겠다. "스트롱 스타일은 단어일 뿐이다. 이건 오히려 저주다."




2007년 무렵 나는 도장에 걸려 있던 신일본의 창립자인 안토니오 이노키의 큰 사진을 떼버렸다. 내 핑계는 "이젠 더이상 여기 안 계시니까 떼버리는거 어때?"였다. (세간에는 "타나하시가 사진을 떼버렸다"고 잘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걸 직접 한건 도장 감독인 코바야시 쿠니아키였다.)

나의 행동은 OB와 옛 팬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낳았다.

"감히 스트롱 스타일을 없앤다고 나댄다니."
"타나하시는 스트롱 스타일이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없어!"

그래서 내가 되물었다.

"그 말씀하시는 '스트롱 스타일'이란게 대체 뭡니까?"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얼마 전에 잡지 인터뷰를 통해서 이노키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이 물었다.

"그 '스트롱 스타일'이라는게 대체 뭔가요?"

이노키가 대답했다.

"내 주변에 있던 녀석들이 지들끼리 쿵짝쿵짝하면서 만든거야."

나는 대답했다.

"이해했습니다."

프로레슬링은 어떤 의미에서 "이미지 산업"이다. 이노키는 그런 대단한 붐을 만들어 내고자 "스트롱 스타일"을 제창했고, 그렇게 "이노키 신봉자"들을 만들어냈다. 나도 내 아버지도 이노키를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이노키는 [자기가 회사를 떠날 때] 스트롱 스타일도 함께 가지고 떠나야만 했다.

"신일본이야말로 최강이다"라는 이미지가 회사의 인기를 견인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미 스트롱 스타일이 그 마술적 힘을 잃은 뒤에도 사람들은 그에 매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제기한 것이다. "더이상 이렇게 갈 수는 없다."

그 인터뷰에서 이노키는 이렇게 말했다.

"너 이 자식, 내가 오래 전에 만들어놓은 파이를 언제까지 헤집고 있을거냐?"

내가 대답했다.

"제가 새로운 파이를 올려놓을 겁니다."

그러자 이노키는 웃으며 대답했다.

"맘에 드는군. 네 선배들 다들 은퇴하라고 해라!"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이노키 이후 세대는 전부 바로 그 파이 (팬층)만을 헤집고 있었던 것이며, 새로운 파이를 창조해내지는 못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 세대의 신일본 레슬러들은 우리 선배들은 해내지못했던 그 일, 즉 새로운 팬들을 불러모으는 일을 해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신일본 흥행에는 어린이들이 많이 찾아온다. 내 또래의 부모들, 즉 어릴적에 레슬링을 즐겨봤었고 이제 여유가 생겨서 "기분 전환 겸 프로레슬링이나 보러갈가?" 생각하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데리고 흥행에 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와가지고 잔혹한 유혈 매치나 뒷맛이 나쁜 원한 매치를 본 다음에도 아이들을 또 데리고 올까? 두 아이의 아버지로 말하건대, 나는 "이런 곳에 내 애들을 데리고 오는 것은 교육상으로 나빠. 다신 오지 않겠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어린이들과 여성들이 즐기고, 흥분하고, 흠뻑 빠지기도 하고, 만족감이 가득한 채 집으로 돌아가고, 그리고 다시 오고 싶게끔 만드는 그런 새로운 세대의 레슬링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 핵심은 "탈-스트롱 스타일"이다.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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