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2일 토요일

이노키 vs 김일 매치 감상


우연히 떡밥을 보고 생각이 나서 신일본 월드에서 안토니오 이노키 vs 김일 (오오키 킨타로) 간의 1974년 10월 10일 국기관에서 열린 NWF 세계 헤비급 챔피언 매치를 찾아봤습니다.

https://njpwworld.com/p/s_series_00005_1_1



  • "원폭 박치기"라는 별명처럼 자그마치 원폭 구름을 링 가운에 새겨넣은 김일 선수. 확실히 이런 기믹이면야 당연히 당시 일본에서는 엄청난 힐일 수 밖에 없었겠군요.
  • 아토믹 헤드벗이 들어가기 직전. 김일 선수가 십 수어번을 적중시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근래 몇몇 스트롱 스타일 레슬러들이 하는 것보다는 컨택을 더 요령있게 한 것처럼 보이고, 이노키도 셀링을 잘 했던 것 같습니다. 
  • 이노키를 장외로 내보내고 김일 선수가 포효하는 어필이 좋았습니다.
  • 이노키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내리면서 승기가 뒤집힙니다. 경기 상으로는 몇 번째 헤드벗이 적중한 뒤고, 그 전에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블레이드 잡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 이노키의 반격 직전에 김일 선수는 이미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
  • 승패를 가른 것은 이노키의 피니싱 무브인 백드롭이었습니다.
  • 경기 이후. 두 선수 모두 울먹이더군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노키 선수, 경기에서 눈물을 보이는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더군요."라고 하는게 흥미로웠습니다. 어느 정도는 세그먼트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상

일단은 힐일 터임에도 불구하고 김일 선수가 일면적인 캐릭터가 아닌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공도 울리기 전에 먼저 공격을 가한게 이노키이고도 했고, 중간에 김일 선수를 두고 안토니오 이노키, 자이언트 바바와 함께 역도산 산하의 "으뜸가는 삼총사(三羽烏)"로 소개하는 장면도 흥미로웠습니다.

현대 경기에 비하면 훨씬 템포도 느리고 범프도 적습니다만, 링 싸이콜로지가 굉장히 좋아서 흥미진진합니다. 다만 중반 이후 헤드벗이 연발하면서 갑자기 이노키가 언더독이 되는 부분은 좀 어색했습니다.

두 선수를 함께 보니 왜 이노키가 탑페이스로 꼽혔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 이노키는 확실히 카리스마가 있군요. 오히려 김일 선수는 정말 언더독에 알맞는 느낌 같습니다. (이 경기에선 약간 역전되었지만요.)

본 경기의 서브 레프리로 나왔던 미스터 타카하시의 유출본 번역된거에서 김일 선수가 스크립트를 잘 기억하여 링에서 연출하는데는 능하지 못한 순박한 성격이셨다는 걸 읽은 적이 있있던 것 같습니다. 나름 힐일텐데 경기 후반부가서 눈물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그게 어떤 것이었을지 짐작이 갈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케이페이브가 깨진건 결국엔 이노키도 마찬가진 것 같지만요 :-)


(원문 2018/01/17 작성. 2019/06/22 수정.)


참고 링크: 프로레슬링 해체신서 5 - '궁극의 선후배 제자 대결. 유혈 파이트 끝에 눈물의 포웅' (공국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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